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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오션     작성일 : 2023-09-07     조회 : 19
지상으로 나온 순간부터 전력을 다하는 나가 병사들. 전술적 목표를 달성했는가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 후에는 물러났다. 성벽 안쪽에서는 난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부상자는 물론 같은 분대까지 확실하게 챙겼다. 적에게 입은 부상보다 분대에서 낙오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나가 병사들은 알고 있었다. 최종 수색과 전장 정리는 걱정할 필요 없었다. 아만다와 투르베가 이끄는 광산 요새 병사들이면 충분했다. 처음의 흐트러졌던 규율도 다이나의 가혹한 훈련과 희생 없는 전투에 바로 잡혔다. “본성으로 진입한다.” 다이나가 나가 병사들을 이끌고 페르피 성을 점령했다. 저항하는 이들을 처리하고 항복하는 이는 피리샤에게 넘겼다. 피리샤는 항복한 이들을 본성 밖 광장에 모았다. 중간에 도망치는 이와 수작을 부리는 이가 나왔지만, 봐주지 않았다. 무거운 골렘 아머를 보고 느리거나 감각이 떨어질 거라고 착각한 이들은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포로들은 나가 병사들이 모두 지하 통로로 돌아간 후에도 광장 바닥에 꿇어앉아 고개를 숙였다. 페르피 성 병사들의 다른 성을 향한 지원 요청을 차단하고 도망치는 이들을 모두 포로로 잡은 아만다의 별동대가 돌아온 후, 포로 분류를 시작하고 나서야 꿇은 다리를 펼 수 있었다. “포로들을 모두 데리고 나왔습니다.” “아만다, 수고했어. 다이나, 피리샤 다시 한번 성안을 살펴주겠어? 살아 숨 쉬는 생물 전부를 데리고 나와줘.” “네, 준영님.” 다이나, 피리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실에 숨겨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울먹이는 아이들을 포로로 잡힌 부모들에게 인계했고, 부모들은 아이를 꼭 안아 진정시켰다. “마왕성, 가이리아.” [지시를 기다립니다.] [말씀만 하세요.] “페르피 성을 집어삼켜.” [지시를 수행합니다.] [맡겨주세요.] 마왕성은 담담하게, 가이리아는 기대를 품고서 내게 대답했다. “아아. 집이, 성이.” 포로들이 비명을 질렀다. 전투가 아니기에 속도를 추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모든 인간을 성 밖으로 꺼내 비어버린 성이었다. 배타적인 곳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개미 여왕의 힘을 쓰지 않았다. 성을 지탱하는 땅 아래를 가이리아가 침식하고, 침식한 땅속을 마왕성이 인계받아 개척했다. 비명 속에서 페르피 성이 대지 아래로 가라앉았다. ‘무너지는 것이 아니지.’ 말 그대로 가라앉았다. 옆에서 밀려드는 흙의 압력에 벽이 비틀리고 무너지고 있지만, 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가이리아가 빵을 초콜릿으로 코팅하듯이 부드럽게 흙으로 덮었다. 하루에 걸쳐 성은 가라앉았다. 페르피 성이 있었던 자리에는 흙으로 뒤덮인 둔덕만이 남았다. 포로들은 힘없이 광산 요새 병사들에게 끌려갔다. 광신도를 제외한 이들은 마왕성 연결 통로 앞마을에서 생산직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도 기사단과의 전투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았다. *** 대지 아래의 성, 페르피. 지하 통로와 연결되었기에 통로를 통해 들어갔다. 가이리아가 흙으로 대각선 형태로 지지대를 만들고, 성의 표면을 덮은 흙이 기둥을 대신할 수 있도록 굳혔기에 내부는 찌그러지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간직했다. 창이 흙을 굳힌 벽으로 막혀있다는 것을 빼면 성안은 평온했다. 환풍구까지 제대로 이어내 성안에서 불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마왕성이 페르피 성을 장악하고 분석을 이어갔다. 가이리아가 잡혀 있던 지하실과 그 옆의 지하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흔적과 뼈가 남아 있습니다.] 나는 마왕성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체는 남아있을 수 없었다. 기사단이 재발 방지로 후방으로 이송했을 테니까. 애초에, 특이한 기운을 내뿜는 생명체가 있었다면 가이리아를 구출할 때 내가 알아차렸을 것이다. “흔적과 뼈라, 연구가 필요하겠군. 나쁘지 않아. 프라로는 나침반 같은 수색 마도구 연구를 멈추지 않았으니까.” 다람쥐 아인족 프라로를 처음 만났을 때, 프라로는 나가 마법사들이 만든 나침반을 통해 추적당했다. 그 이후로 다양한 연구 활동에 바쁘면서도 수색 마도구 연구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번 당했던 수단에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른 연구와 이어져 상승효과를 일으켰기에 그녀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프라로와 라미아를 불러들여야겠어.” 마왕성 연결 통로에서부터 지하로 연결한 만큼, 프라로와 라미아는 몸을 마력 산화에 드러내지 않고 페르피 성에 도착할 수 있다. 절반 이상이 가라앉고 위가 흙으로 뒤덮인 페르피 성이라 마력 산화에 영향받지 않았다. 방어는 아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 잘 싸우는 라미아에 성을 장악한 마왕성의 보조라면, 침입한 적에게는 치명적인 함정으로 발동할 것이다. “자, 어떻게 대응할 거지? 세인트 기사단.” 무기 광산은 변방, 그것도 영외의 부수적인 시설이었다. 하지만, 페르피 성은 달랐다. 기사단의 영역을 지키는 방어 거점이었다. 페르피 성을 믿기에 그 뒤에 있는 지역은 후방이 되어 전투가 아니라 산업에 치중할 수 있었다. 급하게 페르피 성을 수복하지 않으면 후방의 거점은 산업을 포기하고 방어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반대지.’ 언제든 다른 거점을 노릴 수 있는 페르피 성을 장악함으로써 무기 광산 요새와 마왕성 연결 통로 앞마을은 후방이 되었다. 끌고 간 포로를 주민으로 교육하고 받아들이면서 생산력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방어 경계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적은 우리의 병력이동을 파악할 수 없었다. 지하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눈으로 파악할 수 없으며, 이력을 쓴다고 해도 지하 통로를 덮은 흙이 이력을 방해할 것이다. 현격한 격을 가진 자가 아니면, 정찰조차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이에 비해 가이리아는 땅 위에서 일어난 일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으며 공중에게 순찰하는 갤리온 역시 경계에 한몫을 한다. “물론, 마냥 기다릴 생각 없다.” 파편처럼 석벽에 박혀있던 용인족의 뼈. 마왕성이 성 자체를 장악한 만큼 손상 없이 발굴했다. *** “수고했어.” 나는 부드럽게 프라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라미아도 프라로 옆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어느새 페르피 성안으로 들어온 개미 여왕까지 라미아의 옆에 섰다. 지하로 가라앉은 페르피 성. 라미아는 몇 번 둘러보곤 바로 자신의 아지트인양 적응했다. 페르피 성을 두고 서열 경쟁하는 것처럼 개미 여왕이 라미아에 마주 섰지만, 개미 여왕이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그녀의 서열 상승은 좌절되었다. 개미 여왕은 마력 산화에 잘 버틴다는 강점이 있지만, 격 자체만 봤을 때 라미아가 더 높았다. ‘전술적으로 봤을 때도 라미아는 성안, 개미 여왕은 성 밖 굴에서 잘 싸울 수 있고.’ “아쉽습니다.” 라미아가 내가 든 나침반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프라로와 함께 용인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을 만들었지만, 함께 가기에는 효율이 좋지 않았다. “이곳을 지키는 것도 단서를 찾는 것만큼 중요하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마왕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나는 힘을 빼라는 것처럼 라미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지는 말고. 이곳이 중요하다고 해도 거점일 뿐, 누군가가 상하면서까지 지킬 필요 없다. 거기다가 후퇴하더라도 강적을 파악할 수 있다면 손해가 아니야.” 나의 설명에 라미아가 고개를 숙이며 동감했다. 지하에 묻힌 페르피 성은 쉽게 뚫을 수 없다. 지상의 성은 대포로 무너트릴 수 있을지언정 흙 속에 묻힌 성은 웬만한 폭약으로는 상처도 제대로 낼 수 없다. 흙이 충격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흙 속의 사물을 제대로 폭파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기술과 산업이 필요했다. 쇳덩어리 탄환이나 단순한 형태의 작열탄 더 나아가 초기형 전차를 구현하는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불가능했다. 갤리온으로 중력의 힘을 더해 포격한다고 해도 흙이 파괴력을 흡수해버린다. 그 이상의 기술로 구현한 병기가 등장하거나, 그에 맞먹는 이력이 발동되어야 했다. “적을 유인한 셈이 되니까.” 적의 숨긴 힘을 드러나게 하는 것, 그 자체가 승리를 위한 기반이 된다. 나는 다시 사명감에 불타는 라미아를 보고 웃었다. “프라로, 잘 부탁한다.” “마왕님께서 원하는 바, 이해했습니다. 맡겨주시길.” 나는 프라로와 라미아 둘을 동시에 감싸듯이 두 팔을 열었다. 둘의 어깨를 토닥였다. 둘의 마중을 받으며 아만다와 개미 여왕과 함께 떠났다. *** 잔뜩 긴장한 아만다와 마냥 즐거워하는 개미 여왕. 용인족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는 나침반을 스타베팅 적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나침반의 침은 명확하게 고정되지 않았다. 마치 바람이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흔들렸다. 나침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감지하는 방식 자체의 문제였다. 권능에 가까운 마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나 혼자서 잠입하는 것이 편하지만, 탐문이 필요할 수 있었다. 나침반의 침이 가리키는 곳이 세인트 기사단의 중앙이 아닌 외곽 지역인 것도 변수였다. 탐색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이를 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곳에 가장 익숙해서 대화를 통해 떠돌이로 가장할 수 있고 정보도 캐낼 수 있는 아만다와 함께하는 이유였다. 개미 여왕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조해줄 수 있다. 용인족의 흔적이 땅속에 있다면, 개미 여왕의 탐색 능력이 활약할 것이다. 휴식처와 보호 능력 역시 기대할 만했다. 기사단의 영지라고 해도 땅속으로 파고들어 가면 쉴 수 있었다. 땅속 같은 곳은 기사단의 이력이 닿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력 산화 역시 줄어들었다. 또한, 내가 아만다를 보호해 줄 수 없는 상황에 빠졌을 때, 개미 여왕이 아만다를 태우고 땅속 깊은 곳으로 피하면 되었다. 호흡이 쉽지 않더라도 아만다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는 아만다. “긴장을 풀어. 지나친 긴장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네, 명심하겠어요.” 나와 함께 하는 작전이라 긴장하는 아만다와 달리 나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만다는 원래의 이곳 특유의 기운을 이용하는 방식의 무력에 마력을 가진 농작물까지 소화해냈다. 즉, 현재 수준과는 별개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졌다. 그런 만큼, 소수로 움직이는 이 작전은 아만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만다와 대화하며 탐색을 이어갔다. 마왕성 본진이 있는 세계에서 경험했던 전투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녀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투에 관한 이야기와 분석은 그녀의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아만다가 살아온 이야기도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편안해지는 얼굴. 그녀의 어투 속에서 나를 향한 믿음이 조금 더 커졌음이 느껴졌다. 사이사이에 개미 여왕이 자신을 잊지 말라는 것처럼 끼어들어 왔다. 쓰다듬어달라며 머리를 쓱쓱 내미는 개미 여왕을 달래고, 아만다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굳이 소리를 죽여 걷지 않았다. 대신 인지력을 최대한 키운 채 이동했다. 용인족의 흔적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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