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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번 게시글
같이즐겨요 온라인홀덤
글쓴이 : 빈목도     작성일 : 2023-05-18     조회 : 36
나를 발견하자 꿈같은 하얀 나라의 풍경 속의 지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이거, 꿈 아니야?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지서준이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잠깐 사이, 혹 이게 꿈이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 지서준이 서 있었다.

나는 마구 달려 지서준의 품에 안겼다.


“으헙!”

너무 빨리 달렸나.

충격이 꽤 큰지 지서준은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서고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넘어질 뻔했잖아.”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오는 날 아니잖아.”

“미친 듯이 회의하고 일했지.”

만약 급하게 일정이 변경돼서 비행기 표를 바꿔야 했다면, 우리 부서에 연락이 왔을 텐데, 오늘 회사에 있을 때만 해도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비행기 표는? 어떻게 구한 거야?”

연말이라 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지서준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 굵직한 눈송이가 지서준의 기다린 속눈썹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고개를 털어 눈송이를 떨군 지서준이 빙긋 웃었다.


“공항에서 온종일 기다렸지. 취소 표 나올까 해서.”

맙소사.

나는 빨리 서울로 날아오고 싶어 연말로 부산한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서준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안타까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미리 말을 하지! 그럼 공항이라도 갔잖아.”

“미리 말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지.”

서프라이즈 이벤트까지 할 줄 아는 이 남자. 완벽하다.


“배고프지? 올라가자. 안에 어른들이 맛있는 음식 잔뜩 했어.”

“집으로?”

“응.”

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지만 애매하게 미간을 찌푸린 지서준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

이마가 번쩍했다. 꿀밤을 준 지서준이 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너랑 같이 크리스마스 보내고 싶어서 그 고생을 하고 날라왔는데, 어른들 있는 곳으로 올라가자고?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어서야…….”

“아니…….”

순간 화끈한 이마에 울컥했지만, 지서준의 말에 마음이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나 가방 위에 있는데.”

“아주머니에게 챙겨달라고 연락해.”

“그럴……까?”

나는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살짝 언 손으로 엄마에게 보낼 메시지를 타이핑했다. 눈송이가 핸드폰 액정에 앉자마자 스르르 녹아 없어졌다.


[나 서준이랑 놀러 갈 거야.]

 

 

**



“벌써 종무식이야. 나는 내년에 37살이라고.”

“저는 앞자리가 바뀐다고요.”

종무식이 열리는 대회의실로 향하는 길. 이제는 이틀밖에 남지 않은 올해에 대한 미련을 뚝뚝 흘리는 나와 이 과장님.


“정훈 씨는 좋겠어. 아직도 20대지?”

“저도 이제 곧입니다.”

“안 돼. 정훈 씨라도 20대에 남아줘. 나는 이미 글렀어.”

내 말에 자기 온라인홀덤 아니라며 의기소침하게 대답하는 우리 팀의 막내였다. 회의실로 들어가니, 연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이번에 최우수 팀이 바이오 제1 연구팀이라며?”

“역시, 에이스팀이네요.”

저쪽 구석에서 대화하고 있는 바이오 연구팀이 보였다. 그들은 많은 사원 틈에서 단연 돋보였는데 그 이유는 2m 거구의 팀장님과 그 옆에 반짝이고 있는 지서준의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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